2018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 데이, 초대
(2018 Creative Community Day)
2018.01.26.
나무의 냄새,
바람이 부는 방향,
나뭇잎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
연둣빛 오월에도,
가을비 내리는 오늘도,
해질녘 즈음에도,
무얼 보고 있나.
무얼 기다리나.
나는 나무라서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안타깝고 슬프다.
하지만 나는
이 자리에 계속 있어.
이선우.
© 2017 이선우 all rights reserved.
이선우
이선우
이선우
이선우
이선우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서 나무를 그립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작은 숲을 생각합니다.
얼마 전 순식간에 절반이 사라져버린 집 앞의 산과
매일매일 잘리고 깎이는
수많은 숲을 기억하기 위해.
열일곱 살이 되던 겨울,
내가 처음 먹으로 그려보았던 나무 기억하나요.
나무가 너를 닮았구나, 라고 당신이 말하던 것을
나는 기억합니다.
네가 그리는 모든 게 실은 네 자화상이야, 하고
당신은 덧붙여 말했지요.
그날 오후 내내 당신의 서가를 뒤져 나무 그림들을 봤습니다.
실레가 그린 어리고 심약한 나무들을 발견했을 때
당신의 말을 어렴풋이 이해했습니다.
모든 그림이 자화상이라면,
나무 그림은 인간이 그릴 수 있는 가장 고요한 자화상일 거란
생각도 얼핏 했습니다.
한강, 파란 돌, 192쪽, 2012
초대
가을 낙엽이 다 떨어지기 전에 그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지나는 나무 숲을 조용히 공터의 갤러리터무니로 옮겨왔다. 나무의 소근대는 이야기를 차분히 그리고 그려내는 이선우 작가의 숲. 갤러리터무니와 함께 좀 더 나무 숲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숲의 방을 펼쳐 만들고, 작품을 공중에 띄웠다. 숲 안으로 다가오는 이는 가만히 숲 안에, 그 품에 소리와 글과 나무의 바스락거림을 공간 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겨울이 되기 전, 작가가 그리고 나무가 초대하는 숲에서 만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