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었지, 마음 속 나무.
이선우
2017. 11. 17 ~ 12. 15
나무의 냄새,
바람이 부는 방향,
나뭇잎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
연둣빛 오월에도,
가을비 내리는 오늘도,
해질녘 즈음에도,
무얼 보고 있나.
무얼 기다리나.
나는 나무라서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안타깝고 슬프다.
하지만 나는
이 자리에 계속 있어.
이선우.
© 2017 이선우 all rights reserved.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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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
이선우
이선우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서 나무를 그립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작은 숲을 생각합니다.
얼마 전 순식간에 절반이 사라져버린 집 앞의 산과
매일매일 잘리고 깎이는
수많은 숲을 기억하기 위해.
열일곱 살이 되던 겨울,
내가 처음 먹으로 그려보았던 나무 기억하나요.
나무가 너를 닮았구나, 라고 당신이 말하던 것을
나는 기억합니다.
네가 그리는 모든 게 실은 네 자화상이야, 하고
당신은 덧붙여 말했지요.
그날 오후 내내 당신의 서가를 뒤져 나무 그림들을 봤습니다.
실레가 그린 어리고 심약한 나무들을 발견했을 때
당신의 말을 어렴풋이 이해했습니다.
모든 그림이 자화상이라면,
나무 그림은 인간이 그릴 수 있는 가장 고요한 자화상일 거란
생각도 얼핏 했습니다.
한강, 파란 돌, 192쪽, 2012
초대
가을 낙엽이 다 떨어지기 전에 그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지나는 나무 숲을 조용히 공터의 갤러리터무니로 옮겨왔다. 나무의 소근대는 이야기를 차분히 그리고 그려내는 이선우 작가의 숲. 갤러리터무니와 함께 좀 더 나무 숲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숲의 방을 펼쳐 만들고, 작품을 공중에 띄웠다. 숲 안으로 다가오는 이는 가만히 숲 안에, 그 품에 소리와 글과 나무의 바스락거림을 공간 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겨울이 되기 전, 작가가 그리고 나무가 초대하는 숲에서 만나기를.